이렇게 태어나서 처음 산목련 꽃을 대면합니다.
아직 나무가 어려서 가지가 하늘하늘해서 그런지
꽃이 자기 무게를 못 이기고 땅을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처음 실물을 접하니 마음이 조금 떨립니다.
올 해는 비록 한 송이로 시작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더 많은 꽃들이 피어날 겁니다.
늙어가면서 꽃을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23번지 윗 밭입니다.
대충 풀들을 정리합니다.
너무 깔끔하게 하려고 신경쓰지 않으려 합니다.
예초의 목적은 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것이지
골프장처럼 깔끔한 풀정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가을까지는 계속 이어지는 작업이라서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그러나 시간은 엄수해서
풀을 제때 베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풀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서 이 땅을
더 풍요로운 생명의 공간으로 만들어 줄 겁니다.
이제는 풀들이 나무들과 경쟁할 수는 없을 정도로
나무들이 제법 자라나고 있기 때문에
풀들이 큰 위협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
풀을 베면서 쓸모없는 마음 속에 마구 자라나는
욕심, 근심, 미움을 베어내기 위해 노력해 봅니다.
어쩌면 풀을 베려고 이렇게 토요일마다 이 곳에 오는
진짜 이유가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의 잡초들을 정리해서 마음의 길을 반듯하게 만들어
바른 마음을 잘 보이게 만들어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는 것...
풀을 베고 이렇게 만들어지는 빈 공간에 엄나무, 마가목, 산초나무, 오가피
그리고 이제부터는 예쁜 꽃나무들도 조금씩 심으려 합니다.
밭 오른쪽 어수리 밭에는 갑자기 어수리 개체 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매년 꽃만 많이 피고 열매 맺고 다음 해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더니
이렇게 이 공간의 확실한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디지만 조금 여유있게 기다려 주면 많은 일들이 정리되어 갑니다.
세월이 조금 너그러워서 나에게 건강이 계속 허락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의 쉼터가 될 만한
'인연의 숲' 을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물려줄 수 있을텐데,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지만
그래도 이 산을 믿고 이장님의 뜻을 이어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보겠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빠르게 이장님과
이별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만
그래도 더 이상 얼굴을 맞대고 말씀을 들을 수 없는
그 이후에도 계속 이 진내골이 이장님 젊은 시절의 꿈이
실현되는 공간이 되도록 곁에서 지켜 주시리라 믿습니다.




< 진내골 223번지 한 필지 --- 중간에 입구가 있어 사실상 분리됨 >
223번지 아래밭입니다.
원래 223번지는 경사가 제법 심한 밭인데 그 중간으로
진내골 들어오는 입구쪽이라서 임도처럼 길을 낸 곳이라
이 곳은 들어오는 길과 높이 차이가 좀 납니다.
매 년, 그 사면에는 풀과 잡목이 엄청 올라 옵니다.
그래도 저번 주 모란꽃이 있는 곳의 풀을 베고
이번 주 다시 아래 부분을 대충 정리하고 나니 많이 훤해졌습니다.
보이는 나무들은 가래나무와 꾸지뽕 두 그루입니다.
가래나무는 그냥 심어보고 싶어서 제일 먼저 가져 왔는데
이제는 두 손으로도 다 잡지 못할 정도로
제법 굵어지고 키는 엄청나게 자랐습니다.
조금 지나면 가래열매가 열리는 날도 곧 오겠죠.
그리고 꾸지뽕이 좀 열리면 가을에 빨간 열매가 보기 좋을텐데
작년에는 작은 열매가 보이더니 어느날인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올해는 어떻게 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예초기가 참 큰 일꾼입니다.
구석 구석 풀들을 이전보다 확실히 쉽게 빠르게
정리해 나가고 있는 것이 기특합니다.

부직포 깔아 놓은 곳에는 가을에 어수리 모종을 좀 심어볼까 합니다.
가을에 어수리 모종을 판매하는 곳을 한 곳 알아두었습니다.
분명히 잘 자라서 좋은 향과 맛을 선사할 겁니다.


이 골짜기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곳,
178-1번지는 오늘도 계속해서 여기 저기를 정리합니다.
바로 아래 보이는 큰 사진 세 장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
지난 몇 주 동안 경상도말로 새빠지게 일 했습니다.
올해 가을까지는 계속 매 주 조금씩 정리해야
내년 봄에 나무들을 심을 때 좀 편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돌이 많은 산자락이라서 다니기 불편하기도 하지만
등산 삼아 다닌다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할 만 합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아 이 땅 주인은 좀 깔끔하구나
이 말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예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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