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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내골/가을

이제 올 한 해를 정리를 할 시간

by 진내골 숲지기 2024. 10. 12.

진내골 223번지 제일 아래 모퉁이

이 곳은 계절따라 다르지만

열 두시나 늦어도 한 시 정도에는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그만큼 주변보다 아래로 쏘옥 내려온 곳입니다.

곰취, 곤달비, 산마늘이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이 아래 계곡이 일하다가 지치면

커피 한 잔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도 풀은 엄청 잘 자랍니다만 이제는 정리를 합니다.

내년 봄에도 가장 먼저 산마늘이 푸릇 푸릇 자라 올라올 겁니다.

 

 

제일 처음에 보았을 때 이 곳은 그냥 버드나무와 갈대가 우거져 있는

사람이 도저히 다닐 수 없는 곳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래도 조금은 바뀌었네요.

어린 뽕나무 두 그루는 남겨두고 마가목을 심었더니

매 년 무럭무럭 자라던 뽕나무가 마가목을 가리던 곳,

뽕나무가 이렇게 빨리 자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모퉁이에 있던 아이는 두고 가운데 크게 자라던 뽕나무를 잘라주니

답답하던 시야가 트입니다.

가장자리에는 계곡의 갈대가 넘어오지 못하게 삼잎국화를 심어 두었습니다. 

이 아이들도 엄청 잘 자라네요.

일 년에 서너 번 잘라 주어도 아직도 싱싱하게 자라 올라 옵니다.

이 곳은 계곡의 돌들이 그냥 널려 있던 곳인데 

무념무상으로 그냥 계속 돌을 주워내다 보니 

어느덧 이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농부의 자식이지만 농사는 잘 모릅니다.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오라기의 혁명'을 읽고

땅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더 깊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마음만은 얼핏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이 땅에 예초기 만으로

지력을 회복시켜 볼 작정입니다.

자연농법까지는 아니더라도

흙의 힘을 믿어보려 합니다.

시간 날 때마다 계속 풀을 잘라주면

거기에서 또 어린 풀이 새롭게 자라나고

잘린 풀은 새롭게 퇴비가 되는그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땅은 좀 더 지력을 높여가지 않을까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정답과 그리 멀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오늘 이 땅을 보면 검은 색을 띠고 있는 흙이 

분명 처음에 보았던 그 흙과는 다른 느낌이 듭니다.

내가 이 진내골을 시나브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조금은 뿌듯해 집니다.

오늘은 마가목 아래에

부지깽이 나물 덩이를 캐서

조금씩 잘라 옮겨 심어 줍니다.

심을 때 걸음마다 발에 느껴지는 이 감촉, 

이 골짜기가 나를 온 몸으로 환영하는 듯한 느낌...

흙과 마치 얘기라도 나누는 것 마냥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아, 흙, 땅, 대지는 정말 어머니가 맞나 봅니다.

당신은 이런 기분을 아실 지 모르겠네요.

햇볕이 건듯 들어오고 바람이 시원해서

부지깽이가 잘 자라줄 것이라고 믿어봅니다.

 

 

다른 나물은 잘 자라는데 방풍은 잘 안 자라네요.

작년에 심은 애들 중에 겨우 눈에 보이는 아이들이네요.

 

 

마가목 열매 색깔이 짙어집니다.

너무 더운 여름을 지나서 그런지 색깔이 덜 선명해 보입니다. 

 

 

아마도 까실쑥부쟁이 꽃이 맞을 겁니다.

 

 

이 아이는 산부추꽃입니다.

제법 예쁘지 않나요?

 

 

진내골 223번지

이제는 들메나무들이 좀 자라서 제법 밭 같아 보입니다.

오전에는 해가 거의 들지 않고

오후에도 해가 잠깐 들고 일찍 지는 곳이라 

다른 곳보다 덜 더워 일하기는 좋습니다.

이 밭에서 돌을 가려내어 계곡에 하나씩 던져 넣다보면

내 마음 속에 들어었는 모난 돌들도

조금씩 덜어내는 느낌이 드는 것이 참 좋습니다.

나중에 은퇴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일 주일에 한 사흘은 이 골짜기에서 지내려 합니다.

겨울은 너무 춥고 눈 많이 내리고

이 곳까지 들어오는 임도가 얼어 붙어 살기가 난망합니다.

고향집과 이 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조용히 하늘을 우러르면서 책 읽고 산나물 채취하는 삶을 바래봅니다.

 

 

계곡따라 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들국화 꽃들도

저무는 한 해를 아쉬워하듯 하늘거립니다.

쑥부쟁이 꽃 맞을까요?

 

 

벌개미취 꽃 맞겠죠?

 

 

진내골 178-1번지도 이제 올해 마지막 풀베기 중입니다.

우산 고로쇠 나무에 단풍이 들어갑니다.

이 아이들도 빨리 자라서 이 곳도

밭의 면모가 좀 드러나면 좋을텐데요.

 

 

진내골 178-1번지 가장자리

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에 맞물려 있는

작은 텃밭만한 이곳에

풀과 잡목을 좀 정리하고

어수리, 곰취, 곤달비 심었습니다.

돌아보니 모두 잘 자라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제법 수확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여름에는 햇살이 잘 안 들더니만

이제 나뭇잎들이 많이 약해졌나 봅니다.

여기 저기 햇살이 희끗 희끗 보입니다

 

 

위에 보이는 골짜기 한 켠에 작은 산국이 피었습니다.

보아 주는 이 없어도 이렇게 샛노랗게 꿋꿋하게 피어 납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어울릴 듯한

오늘의 낮과 밤 모든 순간은 가을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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