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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흐르고 있습니다.

by 진내골 숲지기 2026. 5. 11.

영양군 오지마을 기산리 진내골, 

이곳에는 아직은 봄이 살뜰히 다 가시지 않았나 봅니다.

작은 애가 초등학교 시절에 아파트에 있는 겹벚꽃을 보고

이쁘다고 한 말이 기억이 나서 거금 3만원을 주고 포항산림조합에 가서

겹볒꽃나무 한 그루 사다 심었더니 5월에 들어선 이제서야 꽃이 화들짝 피어납니다.

아직도 이렇게나 어린데 언제나 번듯한 나무로 자라날까요...

스무살이 넘은 두 딸도 걱정, 어린 나무도 걱정입니다.

생명을 키운다는 게 쉽지 않네요. 

 

 

큰 애는 자작나무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마침 이 골짜기 이 곳 저 곳에는

예전에 심어 놓은 자작나무들이 제법 있습니다.

죽파리 자작나무 숲과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이 산들에도 많이들 심었나 봅니다.

저 산등성이 언저리에서 날아온 씨앗이 자리를 잡고

유치원 학생만큼 클때부터 제가 찾아내어

주변을 조금씩 정리해 주었더니 벌써 이만큼 자라납니다. 

키는 족히 4미터는 될 듯합니다.

이 정도 크면 이제부터는 어련히 자기가 알아서 잘 자라나겠죠.

 

 

진내골 226번지 취나물 밭입니다.

아직 취나물은 어려서 뜯으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몇 해 전에 뿌려 놓았던 산마늘도 아직은 수확하기에는 어리지만

대부분이 올해부터는 두 잎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느긋하게 기다리는 일이 쉬운 듯 어려워 보입니다...

 

 

가장자리에 삼씨를 조금 뿌리고는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마침 엄나무순을 살펴보다가 돌아보니 진짜 4개 정도만 여리게 자라고 있습니다.

맛보기 전에 다 산짐승이 먼저 먹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삼씨를 1킬로그램에 7만원 주고 구매했는데 그 돈에 비하면 조금은 아쉽습니다.

이 아이들이라도 조금 더 자라면 가족끼리 백숙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아이들에게 자랑도 하고 좋겠습니다만,

조금은 안타깝게도, 시장가서 돈 내고 사 먹어야 할 확률이 더 높아 보이기는 합니다.

어차피 곰취나 당귀를 키우려고 정리하는 공간이어서 별로 아쉬울 것은 없습니다.

사람 욕심대로가 아니라 제가 키우고 싶은 산나물들이

가장 좋아하고 잘 자랄 수 있는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니까요...

 

산등성이 사이에 가늘게 놓인 골짜기 바람에

바쁘고 지친 일상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 감사한 봄날입니다.

멋진 전시회장에 있지 않아도 화려한 도시의 불빛속에 있지 않아도

이렇게 마음이 포근해지는 시간과 공간속에 있으니 참 행복합니다

마음속에 잔잔하고 시원한 골바람처럼 감사가 꽃피는

"인연의 숲"을 만들어 보겠습니다.